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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환 오리엔테이션]

*악순환

  • 작성자청개구리
  • 등록일2021-06-23
  • 조회137

전도된 가치관과 비윤리적인 도덕관으로 퇴락해 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안타깝도록 처절하기만 합니다.

약물, 행위, 대상에 중독된 사람들도 모두가 구원되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온갖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건져주어 편안하고 즐겁고 더 강하게 해줄 것이라는 착각과 호기심으로 또는 재미로 시작한 

약물과 기타 중독을 초래하는 행위,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달콤한 미끼와 무서운 덫입니다.

사람이 어떤 물질이나 대상에 중독이 되면 지능과 정서, 의지는 바닥에 떨어지고 영혼마저 병들고 맙니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다음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수없이 결심은 하지만 어리석은 악순환만 계속됩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로마 7,19).

 

 중독이란 병은 신분, 교육정도, 직업, 경제상태, 연령,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교유들과 관계를 원만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술을 마셨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일을 잊기 위해, 

또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을 갖기 위해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술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버렸고, 마침내는 알코올중독 치료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냉철하게 반성해 보면 술이 내게 자유와 평화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구속하고 불안한 생활로 몰아 갔던 것입니다.

중독자들은 자기만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서 신체나 정신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중독 물질을 찾아 방황합니다.

그러한 행동은 중독자가 인격적으로 타락했거나 의지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중독 자체가 그사람으로 하여금 중독 물질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덜 맞아서 엇나기만 하는가?

머리는 상처투성이고 속은 온통 병이 들었으며 정수리까지 성한 데가 없이 상하고 멍들고 맞아 터졌는데도 짜내고 싸매고 약을 발라주는 이도 없구나"(이사 1,5-6).


군종신부로 경남 진해에서 사목하고 있던 1983년 초겨울 어느 날, 나는 동료 신부 두 명과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 전날 우리는 함께 흠뻑 취하도록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를 회고하면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어 정신이 맑은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차가 주행선을 따라 달리고 있었는데, 옆 차선에서 달리고 있던 트럭이 우리가 진행하던 차선으로 갑자기 침범했습니다.

운전하던 K 신부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트럭을 피하려고 하는 순간 그만 중상 차선을 넘게 되었고, 

그때 마주 달려오던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나는 기절했습니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 보니 병원 응급실 침대였고 나는 심하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운전을 했던 K 신부도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면 병원에서 수술 동의서를 요청했습니다.

우리의 신분을 밝힌 후 나는 K 신부의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진해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그날 처녁 참으로 비통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에 들어갔던 K 신부가 결국 운명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 슬픔 속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술을 함께 마셨다는 죄책감과 후회가 끝없이 밀려왔습니다.

술로 인해서 동료 신부 한 명을 잃어버렸으니, 

이제부터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고 수없이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결심은 한 달이 채 못되어 무너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술을 안 마시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중독자들은 자신에게 분명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중독 사실을 합리화하고 부정하며, 

중독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중독의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자기 의지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맙니다.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치유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사랑에 온전히 내맡기고,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중독의 상태에서 진정으로 변화되어 하느님의 아들이 되기 위해서는 중독으로 인해 와해 된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교만에서 벗어나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힘과 능력에 의탁할 때 중독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 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


모든 중독에 빠져 있는 분들과 가족들이여!

오늘 주님의 말씀에 믿음과 희망을 가져 보십시오.[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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