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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미가 큰 탑을 쌓는다.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22-11-08
  • 조회492


 

  알코올병원에 입원을 하고 2개월이 지나고 있는 오늘 제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오늘 시청각프로그램에서 본 내용 중에 여성알코올중독자와 어린 딸의 대화를 들어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딸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엄마에게 늘 이렇게 말을 합니다.

엄마 사랑해혹은 엄마 마음 알아라고 말하지만 사실 딸의 속마음은 알코올중독자인 엄마가 한없이 밉고 싫지만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마음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말을 합니다.

그런 알코올중독자의 어린 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어릴 적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알코올중독이란 질병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나신 저의 어머니의 처절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술에 취해서 한없이 망가지는 어머니를 늘 곁에 두고 보고 자라면서 저도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 또는 연민의 감정이 뒤엉키던 어린 시절은 어떤 글로도 표현이 불가능했습니다.

그 당시 어린 제가 알코올중독이 정신질환인지를 전혀 몰랐기에 술에 미친 듯이 빠져서 일상생활이 엉망이 된 어머니를 저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나이나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까지 40년이 넘은 세월 속에서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나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용기를 내어서 글로 당시의 저의 헝클어진 정신 상태와 적나라한 생활환경을 지금 글로 적어봅니다.

저는 어릴 적에 어머니와 지낸 행복하거나 즐거운 추억이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은 물론 중학교시절에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과 자주 구급차에 실려 정신병원으로 직행하는 어머니의 초췌한 그림자들뿐입니다.

임종직전에 응급처치를 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분주한 모습이 지금도 저의 머릿속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엉켜서 깊게 각인되어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일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른 날보다 더 많이 어머니가 죽도록 밉고 화가 났었습니다.

그래서 술에 취해 누워있는 어머니께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달려들어서 이렇게 살려면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하면서 목을 조르며 울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는 또 정신병원에 또 입원을 하게 되었고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어서 중환자실에 한 많은 눈을 감았습니다.

마침 고등학교 입학식 날 돌아가셔서 저는 초상을 치르고 1주일이 지나서 등교를 하였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저를 불쌍하게 보는 눈빛과 위로의 말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슬퍼도 아닌 척 화가 나도 별로인척 하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밝은 척을 하면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을 하면서 살아가는 그 아이는 친구들 속에서도 겉으로는 활달하고 유쾌한 아이인 척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아이 내면의 세계는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항상 힘들고 외롭고 슬프다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상반된 모습으로 사춘기를 겪다보니 행동과 말이 일치가 안 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면서 삐딱한 사고력이 커져갔습니다.

그렇게 굳어버린 사고체계로 오늘까지 저는 살아오고 있습니다.

 

외로움이 싫어서 항상 제 곁에 사람을 두었고, 나이를 먹어서 성년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해보았지만 술 문제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떠나게 만들었고 이혼이란 절차를 걸쳐서 이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는 지금 제 나이인 41세에 술에 풍덩 빠져서 간경화의 합병증인 식도정맥이 터져서 돌아가셨고 저 또한 술에 잔뜩 취해서 죽으려고 손목을 긋고 목을 매달고 하는 자해 행위를 했지만 죽지도 못하고 살아서 현재는 알코올병원에 입원을 한 상태입니다.

알코올중독자는 마시는 술의 양과 횟수를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듯이 삶과 죽음도 본인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술에 노예가 되어서 술이 시키는 대로 인생을 어찌하지 못하고 온갖 주접을 떨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술에 취한 행동은 정말 진심으로 닮고 싶지 않아서 패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던 과거의 저는 오늘 술의 패잔병이 되어 격리병원침대에 누워서 회환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옛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많은 용기를 내어서 정말 아픈 과거의 이야기를 일부분이나마 꺼낼 수 있었던 것은 병원교육프로그램을 제 나름대로 열심히 참석한 덕분입니다.

그리고 같이 병동생활을 하면서 동병상련을 실감하게 만들어주신 여러 환우 분들의 응원과 격려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여성 환우 분들도 다수가 입원중이신데, 술로 고통 받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간혹 아픔이 겹쳐 보이기도 할 때면 문득 눈물이 핑 돌기도 합니다.

지난날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알코올중독이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에는 남을 돕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고 그럼으로 해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가셨던 따듯함도 있던 어머니와의 기억이 병원에서 숙취에서 깨고 나니 자꾸만 떠오릅니다.

술에 취해서 살던 때는 과거를 떠올려도 항상 우울하고 음습한 기억뿐이었지만 지금 곰곰이 어릴 적을 회상하면 행복하고 포근한 시절도 순간순간 분명히 있었습니다.

 

병원생활 중에 주위의 환우들이 저의 긍정적인 행동으로 인해서 즐거워하는 모습, 금단중인 환우들에게 저의 작은 친절과 봉사할 수 있는 품성도 어머니가 물려주신 은혜인가 싶습니다.

어머니를 보고 배운 술의 흑 역사도 있지만, 반대로 어머니가 물려주신 좋은 심성을 살려서 퇴원을 하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물론 가장 첫째가 단주생활이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속담에 작은 개미가 큰 탑을 쌓는다.’고 했습니다.

저도 현재는 힘이 미약하지만 개미가 꾸준한 노력으로 큰개미집을 만들 듯이 저도 그렇게 단주생활이 이어지도록 꾸준하게 병원생활에 적응하면서 퇴원을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병원생활도 여러 번 하지 않고 한방에 끝내려면 꾸준한 연습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병원생활은 한 번에 끝내라고 말씀 하시던 상담사님의 격려가 새삼 마음에 새겨집니다.

알코올중독 병원 입원생활을 한 번에 끝내지 않으면 입원횟수가 많아질수록 단주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알코올중독의 특징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저를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경험담의 발표와 자아성장 글쓰기도 꾸준하게 이어나가겠습니다.

오늘 짧은 글로나마 이렇게 마음속의 아팠던 상처를 일부나마 끄집어내고 발표를 하니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비우듯 한결 마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살아 온지도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온 40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았을 내 삶의 40년은 지금까지 함부로 살아온 인생이 아닌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단주공부를 꾸준히 하고 단주를 편법이 아닌 정공법(A.A.) 단주모임에 꾸준한 참석으로 헤쳐 나가겠습니다.

상담사님께서 단주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언어의 표현보다 꾸준함이란 글귀가 알코올중독자들에게는 최고의 덕목이고 울림이라고도 하셨음을 오래 기억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자아성장 발표를 들어주신 환우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알코올중독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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