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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감사를 드린다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23-01-05
  • 조회528


나는 이제 비로소 정직하게 알코올중독자임을 인정합니다.

2021년 6월 초순 예사랑병원에 입원을 하였지만 당시에는 내가 알코올중독자란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현재 입원한지 3개월가량이 흐른 후에 병원단주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과거 나의 술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단주교육시간에 빠짐없이 참석하다보니 이제는 교육내용이 차츰차츰 이해가 되면서 병원생활이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자아성장시간에 강사님이 지나온 과거의 일들을 글로 한 번 써보라고 하신 말씀에 자극을 받아 지금 용기를 내어서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가 처한 환경 속에서 마신 술과 술을 마실 때의 나의 생각과 태도 등등을 떠올려 보면 참 부끄러운 시절이 많았음을 시인하게 되었습니다.

술에 치여 살아온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면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제 아이들도 모두 성장하여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항상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대고 있으니 상견례를 어떻게 치르고 결혼식장에는 정말 맨 정신에 참석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아내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니 알코올치료병원에 한 달만이라도 입원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애원을 했습니다.

남들은 우리들 나이면 부부가 손잡고 맛 집을 찾아다니거나 여행도 다니면서 노후를 즐기는데 항상 술만 찾아 헤매는 당신을 보면 눈물만 나온다고 아내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왜 당신은 몸에도 안 좋은 술을 밤낮으로 마시면서 자기 정신과 몸을 학대를 하느냐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그 어떤 울부짖음도 나의 술 마시는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술에 빠져서 영혼이 피폐해질 대로 망가진 시간이 한 참 흐른 후에 진전섬망 등으로 환청과 환시가 수시로 찾아오면서 마침내 나의 입원을 거부하는 행동도 손을 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태가 나도 두려웠습니다.

술에 취 할 때는 몰랐지만 술이 깨면 찾아오는 금단증상으로 완전히 미친놈이 되어서 큰 범죄를 저지를 것만 같은 무서움도 엄습했습니다.

손발은 달달 떨리고 온몸에선 악취가 진동하는 식은땀이 수시로 흘러내리다보니 죽음도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현실성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낮의 인격체와 밤의 인격체가 전혀 다른 지킬 박사와 하이드군과 같이 맨 정신과 술을 마실 때의 인간성이 완전히 달라지는 두 얼굴을 가진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하지만 결코 나는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살고 싶은 마음에 고집을 굽히고 알코올치료병원 입원에 동의를 합니다. 

 

입원을 한지 보름정도 지날 무렵 상담사님께서 일기를 한 번 써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는데 내가 주저를 하자 쓸 말이 정말 없으면 하루 먹은 식사 중에 나오는 반찬의 종류만이라도 기록을 하라고 방법을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식으로 일기 쓰기를 시작을 하면 나중에 분명하게 자기 이야기를 쓸 기회가 온다고 하셨고 특히 퇴원 후에 자기가 기록한 일기장을 보면 입원생활중의 일상이 풍경화처럼 떠올라서 단주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펜을 들고 아무런 이야기를 쓰면 괜찮은 글이 될 줄 알았지만 평소에 전혀 안하던 습관을 갑자기 고치자니 종이에 한 줄도 쓸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반신반의 하면서 한 달 넘게 일기를 쓰고 있는데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글쓰기가 이젠 제법 나의 생각과 마음가짐도 일기장에 기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교육 중에 받은 내용을 옮겨 적어 보기도 합니다.

‘나는 술에 항복합니다.

나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

나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를 중얼거리면서 글로 적어도 봅니다.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환우들의 대화내용과 모습도 글로 담아봅니다.

환우들의 술 마실 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쩌면 그리도 나의 술 취한 모습과 행동이 거의 같았는지 소름이 끼칠 때도 있습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침상에서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 펴기 등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을 합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과 물이 담긴 비닐아령 등으로 차츰 몸의 건강을 챙깁니다.

땀이 나면 샤워장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가벼운 마음으로 7시30분에 아침식사를 합니다.

간이 책상에 앉아서 하루의 병동생활일과를 머릿속으로 계획하면서 알코올중독 관련책자를 봅니다.

9시30분에 집단정신치료 시간에 참석을 해서 환우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나의 술 마실 때의 망가짐도 되돌아봅니다.

30분정도 휴식을 하고 10시30분에 오전교육에 참석을 해서 성심으로 강의 내용을 들으면서 노트정리를 합니다.

일기를 계속 쓰다 보니 강의를 들으면서 글로 옮겨 적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이루어내느냐가 사람의 차이를 만든다.’는 이 글이 마음을 흔들어서 또 다시 다짐을 해봅니다.

그렇다 과거의 지나간 역사와 오지도 않은 미래는 한 낱 꿈에 불과한 것이다.

오직 현재 이순간만이 내가 이루고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운동을 하거나 교육중이거나 아니면 식사를 하면서도 혼자 조용히 마음속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 

술에 항복합니다. 

그래서 나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수없이 되새기며 또 되새깁니다.

교육내용중에 이런 글이 있어서 지금 옮겨봅니다.

‘우리들의 문제는 술이 아니라 술을 잘못 다룬 중독이 문제이다.’

중독자가 되면 끝없이 자기파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죽는 날까지 겸손하고 정직해야만 단주의 길을 갈수 있다는 진실을 믿어봅니다.

올해 6월에 예사랑병원에 입원을 한 것은 내 인생에서 ‘신의 한 수’이고 완전한 단주를 할 수 있다는 전환점입니다.

이런 치료기회를 마련해준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술을 끓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이제야 이런 말들이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 같은 존재는 내가 유일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 무엇보다 고귀한 존재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술에 취해서 비틀대던 과거의 나였지만 현재의 나는 절대로 그렇게 술에 취해서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병원입원중이지만 운동도 열심히 하고 교육도 열심히 받고 식사도 정해진 시간에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 나는 곡기라고는 한 숟가락도 목으로 못 넘겼지만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숟가락질을 합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만이 혼자 울고 있었고

당신 주위 모든 사람은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 혼자만이 미소 짓고

당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은 울 수 있도록 그런 인생을 살도록’

단주생활과 회복의 길을 걸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알코올중독자이면서도 훗날 알코올중독에서 회복하셔서 알코올중독자들을 위해 헌신하신 허근 신부님의 글 중에서 나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 있어 아래와 같이 옮겨봅니다.

 

오늘 나는 감사를 드린다.

술에 취해 있지 않음을

감옥에 갇혀 있지 않음을

제정신을 차리고 있음을

가족과 다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것을

건강한 몸을  갖게 된 것을

책임감 있고 홀로 설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을

안심할 수 있는 집이 있음을

내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을

내 주위에 많은 친구가 있음을! 

 

7월 17일 현재 입원 43일째이며

일기를 쓰기 시작을 한지 20일째입니다.

나 스스로에게 겸손하고 정직하게 술 앞에 항복하고 단주의 길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걸어가도록 일기장에 글로 적습니다.

7월 20일 입원 46일째이며 일기를 쓴지 23일째입니다.

오늘은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맨 정신에 잠이 오지 않는 나의 몸과 정신은 아직도 술에 완전히 항복을 안 한 것 같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어서 잠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닌지 아직도 수면제에 의존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위로 하고 칭찬을 합니다.

오늘도 입원생활 수고가 정말 많았다고!

퇴원후에는 반드시 A.A.[단주모임]참석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단주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들이 단주 성공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설교를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정직한 체험을 나누는 단주모임을 선택을 해서 꾸준하게 단주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술친구들과는 단호하게 절교를 선언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 생활을 하는 A.A. 멤버들과 건전한 교류를 하면서 단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생을 새롭게 설계를 하겠습니다.

또 과거에 술을 자주 마시던 장소와 사람들은 되도록 피하면서 건전한 장소에 머무를 수 있도록 걸음을 옮기도록 할 것입니다.

이유는 과거에 술을 마시던 곳이나 술을 함께 마시던 사람을 만나면 음주충동이 강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육시간에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또 한 배고픈 상태로 있지 말 것도 배웠습니다.

나의 과거 경험상으로 배가 고프면 술 생각이 심하게 난다는 사실도 믿습니다.

그래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연습도 병원에서 충분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화가 나는 일을 만들지 말도록 하자는 구호도 되새겨 봅니다.

분노나 원한은 알코올중독자들에게 강한 음주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빅북’에서 읽었습니다.

이 말도 동의합니다.

A.A.의 창시자인 빌[Bill]은 알코올중독자가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 단주를 계속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로하지 말 것입니다.

단주초기에는 단주를 하기 위해서 매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거기다가 직장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문제까지 대처해 나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을 합니다.

설령 직업을 가진다해도 잔업을 그만두고 밤에는 단주 모임 참석을 우선적으로 하겠습니다.

그래도 만약 퇴원 후에 술에 대한 갈망감이 올라오면 내원을 해서 원장님과 상담 후에 갈망 억제제를 처방을 받아서 복용을 하는 것도 고려중입니다.

아무튼 술을 안마시고 살 수 있는 길이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모두 응용을 해서 건강하게 단주생활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병원생활중이며 함께 병동에서 동고동락하는 환우 분들의 건강과 행복도 모두 함께 같이 하길 기도를 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알코올중독자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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